영화 이야기/명감독 콜렉션

풋풋한 홍콩 느와르의 매력 왕가위 데뷔작 '열혈남아(As Tears Go By, 1988)'

일상러HiKi(취미, 리뷰, 힐링, 재테크) 2023. 3. 6. 23:34

 왕가위 감독의 데뷔작 '열혈남아(1988)'는 멜로가 곁들여진 전형적인 홍콩 누아르 영화입니다. 원제는 '왕각가문(旺角卡門)'으로 '몽콕(홍콩의 지역명)의 카르멘'이라는 뜻입니다. 영어 제목은 'As tears go by(눈물 흘리면서)'입니다. 왕가위의 데뷔작이면서 1988년 칸 영화제에 초청되기도 할 만큼 주목도 받았던 작품입니다.
 캐스팅면에서는 당대의 최고 비주얼 선남선녀였던 배우 유덕화와 장만옥이 주연으로 등장해 꽤 괜찮은 궁합을 보여준 작품입니다. 그들의 풋풋했던 모습이 감독의 데뷔작 누아르 영화라는 신선함과 더해져 더욱 빛을 발합니다. 영화 카메라의 워킹은 왕가위가 후속 작에서 보여준 시그니처들처럼 거칠고 과감하며, 어지럽게 흔들립니다. 역시 그런 기법들이 영화 '열혈남아'가 말하고자 하는 방황과 불안의 분위기를 더욱 부각해 줍니다.

열혈남아 As tears go by 왕가위 데뷔작 유덕화 장만옥 장학우

감독 및 출연진

감독  왕가위
주연  유덕화(아화), 장만옥(아오)
조연  장학우(플라이), 만자량(토니)
촬영  유위강

뒷골목의 하류인생 아화

 어릴 적 범죄를 저지르고 목표 없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건달이 있습니다. 바로 열혈남아의 주인공 '아화(유덕화)'입니다. 아화는 의형제처럼 친하게 지내는 동생 '플라이(장학우)'를 도와가며, 대부분 플라이가 저질러놓은 사건들을 수습해주고 있습니다. 항상 사고만 치는 플라이를 돌보아야 한다는 책임감에 사랑하는 연인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갈등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남녀의 로맨스

 대만에서 생활하고 있는 '아오(장만옥)'는 홍콩의 병원에서 치료를 받기 위해 며칠간 아화의 집에서 지내게 됩니다. 아무 생각 없이 살아가는 아화는 스스로는 정당하고 떳떳하게 살아가고자 노력하지만 의형제를 맺은 동생 플라이의 계속되는 사고로 자꾸만 조직 간의 싸움에 말려들게 됩니다. 결국 아화를 사랑하게 된 아오는 그를 견딜 수 없어 편지를 남기고 고향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비가 오던 어느 날 우연히 옛 연인의 결혼 소식을 듣게 된 아화는 외로움에 마음에 아오를 찾아갑니다. 아화와 아오는 애틋한 마음으로 재회하고 안정된 생활을 위해 살아가겠다며 다짐을 합니다. 하지만 아화는 여전히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도 의형제와의 의리를 저버리지 못해 갈등합니다.
 

천덕꾸러기 말썽쟁이 플라이

 '플라이(장학우)'는 말썽만 부리고 능력도 모자란 편이라 주위 사람들로부터 천덕꾸러기 신세입니다. 의형님으로 모시는 아화를 선망의 대상으로 삼고 따르며 살아가지만, 항상 다른 조직들과 마찰만 일으키며 아화에게 피해를 주기만 합니다. 무시를 당하면 자존심이 심하게 상하는 콤플렉스 성격 탓에 하는 일마다 늘 악화되기 일쑤입니다. 어두운 생활 속에서도 사랑을 찾은 아화는 이런 말썽쟁이 플라이를 지켜주기 위해 언제나 그랬듯이 또 되돌아오지 못할지도 모르는 험난한 길로 향합니다.
 

풋풋해도 다 갖춘 누아르 영화 열혈남아, 감상포인트

 영화 '열혈남아'는 개봉당시 홍콩에서는 어느 정도의 흥행 결과를 거두었습니다. 1988년 칸 영화제 초청과 더불어 1989년 홍콩금상장영화제에서도 남우조연상과 미술상을 수상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개봉당시 생각보다 저조한 성적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극장가가 아닌 그 시절 유행했던 비디오 시장에서는 최고의 흥행 주가를 올립니다. 홍콩의 전성기 히트 영화들이 보여주는 국내 시장 인기 형성의 일반적인 룰입니다.
 전형적인 상업적인 홍콩 누아르 영화의 모습을 보여주지만 로맨스영화로서도 뛰어난 작품입니다. 아화와 아오의 서툴지만 풋풋한 사랑이야기는 다시 봐도 싱그러운 느낌입니다. 장만옥의 활동 초창기 리즈 시절 모습을 감상하기에도 좋은 작품입니다. 극 중 캐릭터 아오의 순진한 모습과 장만옥의 데뷔 초기 시절이 오버레이 되어서 한층 더 매력을 더해 줍니다.
 왕가위 감독 특유의 감각적인 촬영기법 또한 볼만합니다. 훗날 영화 '무간도' 시리즈의 감독이 되는 '유위강'이 카메라를 들고 촬영감독을 맡았습니다. 왕가위 특유의 색감과 핸드헬드 촬영기법, 스텝 프린팅, 슬로 모션 기법이 전반적인 액션씬에 잘 묻어나 있습니다.
 '열혈남아'는 홍콩버전과 대만버전이 있는데 결말이 조금 다릅니다. 우리나라에서 스트리밍 되고 있는 넷플릭스의 경우에는 홍콩 판 엔딩 버전으로 결말이 납니다. 대만판 버전의 엔딩곡은 가수 '왕걸(王杰)'이 1988년 발표한 '망료니 망료아(忘了你忘了我)'였는데, 대만에서 크게 인기를 누렸고 국내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진정한 사랑과 허무함을 잘 표현한 노래로 아직도 많은 이들이 기억하고 있는 영화음악입니다.
 풋풋해 보이지만 갖출 건 다 갖춘 영화 '열혈남아'입니다. '왕자웨이(왕가위)'의 영화인생 데뷔작이면서 또한 홍콩 누아르 로맨스 영화에서 빠지지 않는 수준급 작품이기에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추천드리는 영화입니다.

왕가위의 두번째 영화 장국영 자서전 '아비정전'

 

장국영의 이야기 왕가위 영화 '아비정전(Days Of Being Wild, 1990)'

이번 소개해 드릴 영화는 왕가위 감독의 영화 '아비정전(阿飛正傳)'입니다. 왕가위 감독이 1990년에 만든 작품으로 그의 장편영화로서는 두 번째입니다. 제목처럼 '아비정전'은 어릴 적 친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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