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국영의 이야기 왕가위 영화 '아비정전(Days Of Being Wild, 1990)'
이번 소개해 드릴 영화는 왕가위 감독의 영화 '아비정전(阿飛正傳)'입니다. 왕가위 감독이 1990년에 만든 작품으로 그의 장편영화로서는 두 번째입니다. 제목처럼 '아비정전'은 어릴 적 친 어머니에게서 버림받아 방황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아비의 이야기'입니다. 정말 당대 최고의 호화로운 스타 배우들이 대거 등장하는 영화였지만, 개봉당시 초반에는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 시절 홍콩영화로는 많이 어두운 분위기와 더불어 주제가 너무 새로운 시도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비정전은 홍콩금상장영화제에서 5개 부문(작품상, 감독상 등)을 수상하게 됩니다. 그리하여 왕가위 감독의 새로운 작품세계의 출발작품으로 손꼽히게 되었습니다.
중심 주인공인 아비 역할을 맡은 장국영의 신 들린듯한 연기와 미소년 같은 외모도 크게 화제가 된 영화입니다. 장국영이 러닝셔츠 바람으로 추는 맘보 댄스 씬은 오랫동안 사람들의 기억에 남아 여러 번 리메이크되기도 했던 명장면입니다.
감독 & 출연진
- 감독 왕가위
- 주연 장국영(아비), 장만옥(수리진), 유덕화(경찰관)
- 조연 장학우, 양조위, 유가령(루루)
- 촬영 크리스토퍼 도일
방황하는 Love Sroty
극심한 바람둥이인 '아비(장국영)'는 극장 매표소에 일하는 '수리진(장만옥)'을 유혹하려 접근합니다. 수리진은 그를 경계하는 듯 하지만 '함께한 1분이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는 말에 자연스레 그에게 끌리고 맙니다. 둘은 동거 생활을 함께 하기 시작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불안함을 느낀 아비는 수리진을 내쫓고 맙니다. 아비는 바람둥이긴 하지만 깊은 사랑을 하지 못하고 이내 피하는 인물입니다.
수리진을 내쫓은 아비는 양어머니를 속여 등쳐먹으려는 사기꾼 제비를 잡으러 갔다가 댄서인 '루루(유가령)'를 만나게 됩니다. 댄서 루루는 금세 아비와 어울리게 되어 연애를 시작합니다. 하지만 아비는 루루 마저도 수리진에게 했던 것처럼 내쫓고 이별을 선언하게 됩니다.
아비는 어린 시절 친어머니에게 버림을 받고 지금 양어머니에게 입양되어 와서 살게 되었습니다. 친어머니의 정보를 양어머니에게 들은 아비는 친어머니를 찾기 위해 필리핀으로 떠나게 됩니다. 자신의 짐을 찾으러 아비의 집으로 간 수리진은 그곳에서 우연히 '경찰관(유덕화)'를 만나게 됩니다. 수리진이 안되어 보여 위로하던 경찰관은 짧은 만남이었지만 그녀에게 호감을 느끼게 됩니다.
루루를 흠모하던 '아비의 친구(장학우)'는 루루가 아비를 찾아 필리핀으로 갈 수 있도록 도와주면서 예전부터 루루를 동경하던 사실을 고백합니다.
아비는 필리핀에서 친모의 집을 방문하지만 어머니를 만나지 못한 채로 그냥 돌아갑니다. 괴로움에 빠진 아비는 술을 잔뜩 마시고 취한 채로 길에 쓰러지게 됩니다. 그때 수리진과 만났던 경찰관이 등장해 아비를 도와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갑니다. 그는 경찰관 일은 그만두게 되어 현재는 필리핀에서 선원으로 일을 하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아비는 선원에게 함께 필리핀을 떠나자고 제안하고, 둘은 위장 여권을 마련하기 위한 장소로 갑니다. 여기서 위장 여권을 거래하다가 아비는 상대방을 칼로 찔러 선원과 함께 쫓기는 처지가 됩니다. 우여곡절 끝에 열차에 탑승한 아비와 선원은 '발 없는 새'에 대한 대화를 주고받습니다.
장국영과 왕가위의 아비정전, 감상포인트
영화 '아비정전'은 왕가위 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이지만, 그의 영화적인 틀이 잡힌 구도로는 첫 번째 작품으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등장인물들이 단 한 명도 사랑을 이루지 못하는 허무할 수 있는 이야기를 그려내어, 영화를 본 많은 이들이 내용을 어려워하기도 하고, 잘 이해하지 못하기도 하였습니다. 엔딩 또한 말이 많았는데, 결말이 나지 않은 듯한 엔딩 장면은 새로운 시작이라는 느낌을 주기도 했지만 보는 이들에게 많은 허무함과 혼란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왕가위가 영화에서 말하고자 한 것이 바로 그것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비정전에는 아비의 허무함과 그리움이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발 없는 새가 있지, 날아다가가 지치면 바람 속에서 쉬는데 평생 딱 한번 죽을 때만 땅에 내려앉는다.'는 그의 명대사에서도 잘 알 수 있는 부분입니다.
여러 가지로 설정이 힘든 영화 일수 있는데, 주연인 장국영의 아비 연기가 실제 그의 인생을 반영하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해서 지금은 고인이 된 장국영의 최고 대표작이 되었습니다. '아비정전'은 팬심을 가지고 열심히 보지 않으면 어렵고 재미가 덜 할 수 있는 영화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장국영이라는 전설적인 홍콩배우와 왕가위라는 독보적인 작품을 만들어준 명감독을 탄생시키는데 최고 공헌을 해준 작품임은 틀림이 없습니다.
풋풋한 홍콩 느와르의 매력 왕가위의 데뷔작 '열혈남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