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성을 향한 두 남자의 고군분투, 왕가위 영화 '해피투게더(Happy Together, 1997)'
'해피투게더(Happy Together)'는 저명한 홍콩의 영화감독 '왕가위(왕자웨이, 王家卫, Wong Karwai)'가 감독제작한 1997년 영화입니다. 영화는 두 연인 '보영(장국영)'과 '아휘(양조위)'가 둘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떠난 홍콩에서 아르헨티나로의 여행기로 시작해, 그곳 아르헨티나에서 이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다시 시작하자'라는 대사로 시작되는 보영과 아휘의 이야기는 때로는 강렬하게, 때로는 위태하게 진행됩니다. 왕가위는 영화 전반에 걸쳐 생생한 색상과 특유의 슬로 모션 샷을 연출하여 이러한 캐릭터들의 감정 상태를 완벽하게 표현하여 몽환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냅니다.
해피투게더는 또한 '퀴어'라는 소재에 대한 획기적인 묘사로도 크게 주목받았던 작품입니다. 이 영화는 동성애에 대한 묘사가 특히 아시아 영화에서는 아주 드물었던 시기에 개봉이 되었기에, 당시로서는 아주 파격적인 시도였다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등장인물들의 민감하고 미묘한 감정묘사로, 왕가위의 우수한 여러 작품 들 중에서도 특히나 대표작으로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칸 영화제 감독상(제50회, 1997)을 비롯한, 금마장영화제(34회) 촬영상 등 영화제에서도 좋은 평가로 많은 수상 이력이 있는 영화입니다.
감독 및 출연진
감독 왕가위
주연 장국영(보영), 양조위(아휘), 장첸(장)
촬영 크리스토퍼 도일
음악 대니 정
사랑과 정체성을 찾기 위한 긴 여정
'보영(장국영)'과 '아휘(양조위)' 둘의 관계는 복잡 미묘합니다. 그들은 사랑하는 연인 사이 였지만, 어느샌가 그 사랑은 긴장이 되고 멀어졌습니다. 그들은 홍콩을 떠나 아트헨티나에서 새롭게 시작하기로 결정합니다. 그래서 거리 있던 그들의 관계를 다시 회복하여 예전처럼 행복해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유분방한 보영과 조용하며 절제하는 아휘는 서로 다른 성격탓인지, 아르헨티나 이과수 폭포로 가는 길에 서로 다투게 되고 이별까지 고하게 됩니다.
보영과 헤어진 아휘는 홍콩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부에노스 아이레스 탱고바에서 안내원 자리를 얻어 일을 하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탱고바에 놀러 온 보영과 마추지게 되고, 보영은 다시 아휘에게 접근하지만 아휘는 쉽게 마음을 열지 않습니다.
시간이 얼마 흐른뒤 보영은 상처투성이로 아휘의 집으로 찾아옵니다. 아휘는 그런 보영을 간호하며 보살펴 주게 됩니다. 몸이 다 나으면 보영이 떠날 것을 알기에, 아휘는 보영의 여권을 챙겨두고 그를 챙겨주기로 합니다. 하지만 '예전처럼 다시 시작하자'는 보영의 설득에도 아휘는 쉽게 마음을 열지는 못합니다.
탱고바에서 중국 식당으로 일자리를 옮기게 된 아휘는 그곳에서 대만 사람 '장(장첸)'을 동료로 알게 됩니다. 장은 아휘와 보영과의 관계를 우연히 알게 되고, 아휘에게 관심을 느끼게 되어 그에게 접근해 보지만 보영 때문이었는지 역시 아휘의 마음은 쉽게 열리지 않습니다.
퀴어 영화 해피투게더, 감상포인트
'해피투게더'는 사랑과 정체성을 탐구하는 퀴어영화입니다. 보영과 아휘는 모두 외국에 살고 있으며, 그들의 소속감을 찾기 위한 투쟁이 영화의 주를 이룹니다. 개인적, 사회적 압력에 맞서 그들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두 남자의 생생하고 잊을 수 없는 모습을 인상 깊게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역시나 왕가위 감독의 영화이기에 OST가 매우 훌륭합니다. 대부분의 촬영이 아르헨티나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에 그 분위기를 잘 표현하기 위한 '탱고'음악을 군데군데 활용하여 극적인 분위기를 감각적으로 연출하였습니다. 유명한 영화의 엔딩곡 'Happy Together'을 비롯한 전반적인 삽입음악 곡들 또한 모두 세련된 느낌을 줍니다.
왕가위의 영화를 보면 새로운 시도 인 것 같을 때가 많지만, 알고 보면 공통적으로 '사랑'이라는 주제에 대해서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이 영화도 간절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런 그의 사랑이야기가 더욱 성숙해지고 스타일리시해진 영화이면서, 익숙지 않아 고통스럽지만 아름다운 사랑을 강렬하게 표현한 영화 '해피투게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