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 초월 몽환적인 러브 스토리 왕가위 감독의 영화 '2046(2004)'
영화 '2046'은 왕가위 감독의 새로운 시도가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아무리 유명한 감독의 작품이라 하여도 재미를 따지는 것을 불문하고, 잘 알려지지 않은 작들이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2004년에 개봉한 영화 '2046'이 역시 그렇습니다. 홍콩영화 중에서도 역대급 화려한 캐스팅 작임에도 그의 유명한 히트작들에 비한다면 다소 묻혀있다고 할 수 있는, 대중적으로는 덜 알려진 영화입니다. 하지만 분명 왕가위 감독의 대표적인 명작으로 평가되고 있는 작품이기에, 그의 팬들은 물론 그의 작품이 생소한 분들이 보시기에도 볼거리들이 아주 풍족한 작품임은 틀림이 없습니다.
2046은 왕가위 감독의 전작 영화들 '아비정전'과 '화양연화'의 등장인물과 사건들이 연계되어 있습니다. 전작들과 중첩되는 면이 있으면서도 새롭게 전개되어 SF적인 몽환스러운 분위기까지 연출한 흥미로운 영화 '2046' 에 대해서 좀 더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감독 및 출연진
감독 왕가위
주연 양조위(주모운), 장쯔이(바이링), 왕페이(왕징웬/wjw1967)
기무라타쿠야(탁), 유가령(루루/미미), 장첸(cc1966),
장만옥(소려진/slz1960), 공리(소려진)
촬영 크리스토퍼 도일
음악 피어 라벤, 우메바야시 시게루
The first love story
과거 소려진과의 아름다웠지만 헤어져야만 했던 아픔을 뒤로 한채, 싱가포르에서 돌아와 소설을 쓰기로 한 작가 '주모운(양조위)'는 과거의 추억이 담긴 동방호텔의 2046호에 머물기를 원합니다. 하지만 방 정리가 필요하다는 주인장의 말로 당분간 2047호에서 지내면서 그 방이 정리될 때까지 기다리기로 합니다. 조금 지나 알고 보니 2046호에서는 '미미(유가령)'의 애인이 질투심에 의해 살인을 저지른 사건이 있었습니다. 훗날 정리가 끝난 2046호에는 '바이링(장쯔이)'라는 여인이 투숙하게 되어 주모운의 관심을 끌게 됩니다. 주모운은 바이링에게 접근해 관심을 표현합니다. 바이링은 처음에는 주모운을 경계하지만 결국 그에게 마음을 뺏겨 그에 대한 사랑에 전념하게 됩니다. 하지만 주모운의 마음을 바이링에게만 주기에는 그의 생활은 너무 방황에 젖어 있었습니다. 둘 사이의 관계를 진실과 헌신으로 정의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Second love story
바이링은 주모운으로 인해 깊은 상처를 받고 싱가포르로 떠나게 됩니다. 그녀가 떠난 후 주모운은 호텔 주인장의 딸인 '왕징웬(왕페이)'의 도움을 받고 SF소설을 쓰기 시작합니다. 그 소설은 미래의 도시 2046에서 벌어지는 여러 등장인물이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왕징웬은 얼마 전부터 그녀가 사랑하는 '일본남자(기무라타쿠야)'와 함께 하고 싶어 하지만 아버지의 반대로 인해 그들의 사랑은 이루어질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그로 인한 아픔에 항상 힘들어하는 그녀를 주모운은 친구처럼 위로해 주게 됩니다. 주모운은 그와 그녀의 사랑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도움을 주려하고, 그런 시간들이 계속될수록 주모운과 왕징웬의 관계는 점점 가까워집니다.
The third love story
주모운은 그의 소설 2046을 집필하면서 과거의 오래된 사랑 '수려진'을 추억하게 됩니다. 싱가포르로 떠났다가 다시 돌아온 주모운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그녀 수려진(공리)와의 기억은 안타까운 추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수려진에 대한 회상에 잠기면서도 주모운은 왕징웬의 사랑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도와주게 되면서, 왕징웬에 대해서도 사랑의 감정을 가집니다. 여기서 저기서도 반복되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은 주모운을 더욱 고독하고 방황하게 만듭니다. 이런 주모운은 현실에서 이루지 못한 것들을 소설 2046에서 마음껏 표현해 보려고 노력합니다.
Another world, another love story
소설 '2046' 속의 이야기 입니다. 이 세계의 사람들은 인체에 인공칩을 심고 살아가고, 안드로이드들은 기억의 없어지는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잃어버린 기억들을 되찾기 위해 이들은 '2046'이라는 열차를 타게 됩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2046으로 가서 돌아온 이들은 없었기에 이것이 확실한 해결책인지도 알 수가 없습니다.
열차 2046을 탑승한 일본인 남자 '탁(기무라타쿠야)'는 아름다운 열차 승무원 '안드로이드 1967(왕페이)'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낍니다. 탁은 1967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여기서 떠나 함께 하기를 원하지만 안드로이드인 그녀는 도무지 알 수 없는 감정인건지, 그들의 사랑도 쉬워보이지는 않습니다.
과격한 시도, 2046 감상포인트
영화 '2046(2004)'은 새로운 시도가 돋보인 작품으로 유명합니다. 평론가들의 평가도 '화양연화의 2.5배', '모든 것이 과도하다!' 등 파격스러움을 표현한 것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시도는 과격했다하더라도, 왕가위의 빼놓을 수 없는 대표적인 명작으로 손꼽히고 있는 우수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등장인물들의 사랑의 감정이 이전 작품들과 연결되는 색다른 감각으로 진행되는 영화이기에 그의 작품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열광할 수밖에 없습니다.
왕가위 감독 작품의 아름다운 선율을 담당하고 있는 일본 영화음악 작곡가 '우메바야시 시게루'의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 또한 영화의 품격을 훨씬 업그레이드 해주고 있습니다. 현악기가 주를 이룬 활기찬 메인테마는 보는 이들의 심장이 오토매틱으로 설렐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습니다. '시게루'의 OST 뿐만 아니라 다양한 그룹의 명곡들도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영화의 느낌을 한층 더 섬세하게 살려주고 있습니다.
여러명의 사랑이 엮이는 줄거리이지만, 전체적으로는 '주모운(양조위)'의 사랑 이야기가 주가 된다고 할 수 있는 영화 '2046'입니다. 주모운의 사랑이 소설에서는 못할 것 없이 모든 게 상상만으로 이루어지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가 않습니다. 먼 과거의 사랑했던 인연 '소려진'과 멀어진 후로 그의 앞날에 진정한 사랑은 불가능한 것일까요? 사랑 때문에 방황하고 고뇌하는 젊은이들의 영화 '2046'. 그들의 사랑을 향한 몸부림 속 고요한 외침에 귀를 기울여 보아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