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가위의 아름다운 미장센 무술 영화 '일대종사(The Grandmaster, 2013)'
왕가위 감독의 두 번째 무협영화 '일대종사(The Grandmaster, 一代宗師)'입니다.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는, 무술 전문 배우 '견자단' 주연의 흥행 영화 중에 '엽문'이 있습니다. '엽문'이란 인물은 영춘권의 창시자이면서 '일대종사(무술 문파의 퍼스트 레전드 고수)'입니다. 영화 '일대종사' 역시 영춘권 고수이자 이소룡의 쿵후 스승으로 유명한 '엽문'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양조위'가 엽문 역할을 맡았으며, 엽문의 아내 역할로 '송혜교'가 캐스팅되어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일대종사'는 내용 자체가 무협영화로는 난해한 편에 철학적인 내용이 많아 흥행 결과는 그리 좋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왕가위의 화려한 영상기법들이 무술이라는 장르와 접목되어 한 장면 장면들이 보는 이들의 눈을 사로잡습니다. 무술의 아름다움, 인생의 고뇌, 격변하는 시대 등을 잘 살린 것으로 평가하는 마니아 층이 매우 두터운 영화입니다. 영화 자체의 영화제 평가도 매우 좋았습니다. 홍콩금상장영화제를 비롯한 여러 유명영화제에서 작품상, 여우주연상, 감독상, 촬영상, 무술감독, 편집, 미술상 등 받지 않은 상이 없을 만큼 화려한 수상이력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감독 및 출연진
감독 왕가위
주연 양조위(엽문), 송혜교(장영성), 장쯔이(궁이), 장첸(일선천)
조연 장진(마삼), 자오변산, 장지
'일대종사 엽문'의 파란만장 인생
영화는 비가 내리는 거리에서 '엽문(양조위)'이 무리를 이룬 적들과 결투를 벌이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시대는 1930년대, 중국은 일본의 침략을 받고 있는 중입니다. 이야기의 주인공 엽문은 남파 무술 지역인 광둥 성 포산에서 영춘권 고수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북권 팔괘장 종사인 '궁우전'은 은퇴를 위해, 그의 후계자로 '마삼(장진)'을 지목하게 됩니다. 남파의 종사도 정해야 하는 상황이기에 궁우전은 엽문에게 결투를 신청합니다. 결투에서 궁우전은 엽문의 실력을 인정하게 되고, 남파의 대표자 자리를 맡긴 후 고향으로 떠납니다.
궁우전은 떠나면서 자신의 딸인 '궁이(장쯔이)'에게 엽문의 남파 대표자 취임식을 방문하라고 하지만 궁이는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엽문에게 결투 도전을 하게 됩니다. 궁이와 엽문 둘의 결투는 결국 무승부로 끝나게 되고, 둘 사이에는 미묘한 사랑의 감정이 생기게 됩니다.
일본은 중국 정복을 호시탐탐 노리다 끝내 1937년 중일전쟁이 일어나게 됩니다. 엽문은 일본군의 회유와 협력을 받아들이지 않고, 자신이 가진 모든 부를 일본군에게 몰수당하게 됩니다. 전쟁이 끝난 후 엽문은 홍콩에서 영춘권 도장을 열게 되고, 여러 대결에서 연승을 하면서 명성을 이어갑니다. 하지만 1951년 홍콩과 중국본토의 왕래가 폐쇄되어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가족들과 헤어져 살게 됩니다.
북파의 종사로 지목되었던 마삼은 일본에 협조하여 부귀를 누리려고 합니다. 궁우전은 이런 마삼의 행동이 달갑지 않아 마삼과 결투를 벌이게 되고, 이 과정에서 목숨을 잃게 됩니다. 궁이는 아버지의 복수를 위한 마삼과의 결투에서 승리를 하지만 큰 부상을 입습니다.
훗날 홍콩에서 재회하게 된 엽문과 궁이는 서로에게 애틋한 감정이 있지만, 과거 한 약속 때문에 이들의 사랑은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궁이는 부상으로 인해 건강이 악화되어 결국 아편에 의지하여 지내다가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한편 염문은 계속하여 영춘권을 알리고 대중적인 무술로 승화시켜 나갑니다.
진정한 무의 의미를 생각하게 되는 영화 '일대종사', 감상포인트
'일대종사'는 아름다운 영상미를 무술에 녹여 평론가들에게 호의적인 평을 받게 됩니다. 하지만 함축적이고 시적인 대사들이 너무 많고, 무술가들의 등장 또한 많은 무술이 등장하지만 너무 중구난방이라는 소리도 듣게 됩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당시의 중국 무술계의 상황을 상당히 잘 반영하였고, 시적인 대사들은 처음은 해석이 어렵지만 철학적인 면이 가미되어 진정한 무술의 의미를 상기시키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는 평들이 지속적으로 이어 나오고 있습니다. 다소 어렵긴 하지만 충분히 아름다운 미장센이 가치 있는, 풍경화같은 무술영화 '일대종사'입니다.